올해 인간 섹션은 '도전'이라는 굵직한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스크린이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세계를 두 가지 결로 보여줍니다.
먼저, 스크린 안팎에서 각기 다른 도전에 나섰던 네 편의 영화가 관객을 기다립니다. 서커스 단원을 꿈꾸는 아프리카 기니의 열네 살 소녀가 겪는 분투를 마치 마술적 리얼리즘처럼 그려낸 다큐멘터리, 그리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안에서 육상 유망주가 양심의 소리에 따라 막힌 길을 스스로 뚫고 나아가는 내면의 도전을 그린 극영화처럼, 인물 저마다의 도전을 담아낸 작품들이 있습니다. 또, 배우가 직접 기획자로 나서 아내를 잃은 남자의 진실을 따라가는 영화나, 폐쇄를 앞둔 소년보호시설 문 앞에서 제작진이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파고든 작품까지, 젊은 창작자들의 치열한 고민과 도전을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 결에서는 이런 도전의 바탕이 되어주는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시간에 주목합니다. 그는 평생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픽션과 다큐멘터리 사이의 벽을 허물고, 세상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습니다. 디지털의 자유로움 속에서 비전문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어낸 장편 〈텐〉은 질서와 무질서를 나란히 보여준 대담한 실험인 〈정돈된 혹은 어지러운〉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카눈 시절 그가 배운 것들 —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비전문 배우와의 작업, 일상의 사소한 사건을 이야기로 만드는 방법 — 은 올해 소개하는 초기 단편 3편 〈빵과 골목길〉, 〈합창단〉, 〈정돈된 혹은 어지러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유려하게 우회한 〈노〉에서는 클로즈업과 외화면 사운드로 아이의 단단한 자기 선언을 포착합니다. 그의 영화는 첫 도전부터 마지막 인사까지 '골목'이라는 공간에서 함께합니다. 데뷔작 〈빵과 골목길〉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된 그의 탐구는, 이탈리아 남부의 계단과 골목을 자유롭게 떠도는 후기 단편 〈집으로 데려다 주오〉로 이어집니다. 올해 선보이는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은, 아이들을 향한 다정한 시선을 가슴에 품고, 인간의 다양한 삶을 스크린에 포착하되 그 해석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 온 길 위의 철학자가 보내는 한 통의 편지입니다.
― 프로그래머 이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