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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그램  /   자연

자연

지구의 생물은 다시 대지로 귀속되고, 대지는 그 위에 살았던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올해 '자연' 섹션의 아홉 편은 땅이 기억하는 이야기들에 귀 기울입니다.

가장 먼저 들려오는 것은 스발바르와 그린란드의 기후 위기 경고음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더워지는 스발바르에서 십 년간 어미 북극곰 프로스트를 따라간 〈프로스트 이야기〉,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그린란드 빙하가 녹은 땅에 직접 나무를 심는 기후과학자의 〈제이슨의 나무 상자〉가 그 증거들입니다.

자연 속 변화와 저항의 시선을 보여주는 영화들도 소개됩니다. 아들이 뉴욕의 스시 셰프가 되어 대가 끊기는 라마 가문을 통해 히말라야 고원 사회의 흔들림을 응시하는 〈마지막 라마〉, 이탈리아 다른 세대의 여성들이 산에서 만나 자신들의 경험을 주고받는 〈산속의 대화〉, 그리고 금지된 아들의 영화를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야크와 함께 낡은 텔레비전을 메고 산을 넘는, 어머니의 조용한 저항을 그린 극영화 〈화이트 스노우〉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단편 프로그램 '자연: 땅의 기억'은 땅에 새겨진 기억들을 하나씩 꺼냅니다. 폐광에 떠도는 구전으로 광부들의 생존과 희생을 기리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올챙이의 탈바꿈과 사춘기 소녀의 성장을 조심스럽게 연결한 애니메이션 〈올챙이와 나〉, 석탄 채굴로 사라져가는 마을에서 홀로 그 땅을 지키는 〈마지막 땅〉, 그리고 키르기스스탄 여름 목초지를 향한 유목민의 여정 〈초원을 향해〉까지. 영화 관람 뒤 다양한 땅의 기억에 자신의 이야기를 보태 보는 경험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 프로그래머 이정진​